추진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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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용산구, 사회혁신과 로컬의 만남
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 2022-08-12 조회수: 846
  • <전문가 좌담>

    용산구, 사회혁신과 로컬의 만남





    용산구라는 지역에서 사회혁신은 어떻게 가능한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 주체로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전문가 3인(이수연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전 행정안전부 사무관, 조정옥 용산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센터장, 홍찬욱 강동구 가죽패션창업지원센터장·코이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기존에 있는 것 재발견하고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 창출

    사회자 용산구 지역활성화와 사회혁신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국내 사회혁신의 흐름에 대해 먼저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이수연 행정안전부에서 일했기에 행정기관의 관점에서 사회혁신이 어떻게 국내에 안착했는지를 설명하겠습니다. 국내에 사회혁신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통해서입니다. 희망제작소를 통해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초창기 대표적인 사회혁신 사례로는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폐목재를 활용해 가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기업 ‘문화로놀이짱’, 공간공유 서비스 플랫폼 시장을 개척한 ‘스페이스클라우드’ 등이 있습니다. 이런 모델이 성장하고 국내에 사회혁신 흐름을 확산하는데 서울시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회혁신가들의 집적단지인 사회혁신플랫폼 ‘서울혁시파크’를 조성하는 등 공공조직을 통해 사회혁신을 확산시켜 서울을 세계적인 사회혁신 수도로 발돋움시켰습니다. 농촌 사회혁신의 대표적인 모델로는 ‘완주군’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기존 한국사회에서는 지역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이룬데 반해, 완주군은 국내 최초로 지역 내 자원이 순환하는 구조를 고민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농촌과 도시가 교류하는 내생적 발전방안을 주요전략으로 삼아 지역발전을 견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회혁신이 중요한 국정과제가 되면서 사회혁신추진단이 만들어지고 행정안전부 내 정규부서에서 사회혁신을 주요 아젠다로 다루며 사회혁신 정책이 중앙정부로 안착하였습니다. 문 정부에서는 민간이 직접 참여해 공공의 공간을 조성하는 ‘소통협력공간사업’, 지자체-공공기관-지역사회 사회혁신 주체들이 함께 지역 혁신을 고민하는 ‘지역혁신포럼’, 실패 경험의 자산화 및 재도전을 지지하는 정책과 문화를 확산하는 ‘실패박람회’ 등을 시도했습니다. 문 정부에서 많은 사회혁신 정책을 시도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민간과 행정의 속도가 다른 점, 사회혁신이 정책 전반에 시스템으로 자리하기 보다는 몇 가지 사업화로 그친 점 등은 여전히 과제입니다. 

    조정옥 4차산업에서 중요한 게 결국은 사람. 혁신입니다. 사회변화에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진 곳이 행정이기에 민간의 욕구만큼 혁신적인 생각과 시도가 가능한 공무원조직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용산구의 경우 청년 기업을 비롯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한 기업이 많습니다. 용산구 기업 중 하나인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대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등에 플라스틱 컵과 접시, 포크, 숟가락 등 다회용품을 가져가 대여해 주고 수거를 해 세척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기업입니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부담을 가지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대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인 한국 갭이어(Gap Year)도 용산구 혁신기업 중 하나입니다. 심각한 취업난 등 한국의 청년들이 겪는 문제해결을 위해 진로 탐색을 돕는 일을 합니다.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진 기업들이 많지만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혁신은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있는 것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센터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잘 연결해 지역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사회 가치를 만들고자 합니다. 서울시와 함께하는 돌봄SOS사업에 트래쉬버스터즈 기업을 연결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 등이 바로 그런 노력입니다. 

    홍찬욱 전국을 다니며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을 보게 되는데요. 공통적인 문제가 아젠다는 좋은데 그걸 해결할 솔루션(기술, 지식 등)이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센터장님의 말대로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재발견하고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자본도 기술도 없는 소기업들이 시도할 수 있는 혁신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주 사회적기업인 ‘공심채’가 그런 혁신기업입니다. 공심채는 제주지역의 소농이나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하고 연결해 새로운 판로를 열어줌으로써 제조농업이 지속가능하도록 돕습니다. 저는 그런 혁신기업들이 동네마다 하나씩만 있다면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생태계도, 지역 변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 사회로 더 확산하는 방안 고민해야

    사회자 얘기하디 보니 자연스럽게 혁신기업에 대한 정의를 논하게 됩니다. 각 주체에 따라 혁신기업을 정의하는 것도 조금씩 다른 듯합니다. 

    조정옥 중간지원기관에서 일하며 정의한 사회혁신기업은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기업입니다. 다만 사회문제를 규정할 때,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때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지역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이라고 완전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식과 기술을 연결하고 새롭게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닐지.

    홍찬욱 저는 사회혁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나’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 봅니다. 기술이 새롭다고 무조건 혁신일까요? 혁신의 사전적 정의가 기존의 방법을 새롭게 바꾼다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의 의미도 있지만, 기존 자원이 가진 잠재력을 더 높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 내 이미 존재하던 자원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끄집어내서 사업적으로 해결하는 기업도 혁신기업입니다.

     

    이수연 일반적인 사회혁신의 정의는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민의 참여와 협력,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방식, 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입니다. 

    사회자 한국사회에서 사회혁신을 실현하는데 나서는 어려움, 한계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수연 사회혁신가 1인에만 너무 주목한다는 점입니다. 1인에 집중되다 보니 한 사람의 변화가 커뮤니티 전체로 퍼져나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시스템(제도)과 혁신가의 아이디어가 결합해 시너지가 나고 사회 전체로 확산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여전히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행정·중간지원조직·기업 각 주체들 제 역할해야 생태계 강화 

    사회자 사회혁신을 고민하고 실현하는 각 주체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홍찬욱 사회혁신이 지역사회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실현되고 혁신기업들이 성장하려면 안정적인 시스템의 마련이 중요합니다. 행정의 경우 이런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련 조례 제정 등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또한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더 세분화해서 동 단위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설정하고 고민하고 그에 맞는 해결주체를 적극 결합시켜야 합니다. 민간(사회적경제기업)의 경우 담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에만 매몰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솔루션에 더 집중했으면 합니다. 거대한 화두보다 지역을 들여다보고 작은 과제부터 해결해 나갔으면 합니다. 

    이수연 앞서 얘기해주셨듯이 행정은 기본적인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사회적경제나 사회혁신을 사업으로만 가두지 않고 지역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면 더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서 간 경계를 허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의 경우 사회혁신을 통해 지역사회 변화를 불러온 좋은 사례를 바탕으로 행정의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예로 영국의 경우 지역순환경제를 지향하며 보조금에서 공공구매로 전환하며 사회적경제를 통한 공공조달 시장을 확대했습니다. 이처럼 지역거점기관과 어떻게 지역 사회적경제가 만나도록 할지를 적극 고민해야 합니다. 민간은 풀고자 하는 사회문제를 더 명확하게 하고, 우리의 활동이 사회를 바꾸고 공동체를 바꾼다는 기업가정신을 더 강화시켜야 합니다. 

    조정옥 오늘 혁신이라는 어려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바쁜가운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리며 용산구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중심이 될 수 있기를, 지역과 사회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기업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늘 조언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 해주신 소중한 말씀 감사드립니다.